주인근황(사진)

겨울지리산 중년부부의 종주기 2일차

시인 유영호 2015. 1. 19. 08:52

겨울지리산 중년부부의 종주기 2일차.  2015년 1월 14일

 

5시도되기 전에 부스럭거리는 소리에 잠이 깨서 누룽지를 끓여 간단하게 아침을 먹고 7시 조금 넘어 이틀째 고난의 길을 나섭니다.

 

 

슬슬 예열을 하면서 조금 걸으니 얼굴이 붉게 달아 오르고 있습니다..

 

 

세월도 흘러가고 인생도 흘러가고 체력도 흘러가고 나이도 벌써 60을 바라보고 있으니 언제 어떻게 이 세상을 떠날지 아무도 모르는 세상에 생각과 몸이 할 수 있을 때  하는 것이 정말로 내 나이에 맞는 중요한 일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머릿속에 가득했습니다.

 

 

그동안은 가족들을 위해 돈을 벌고 출세. 명예 등을 위해 하고픈 것도 참고 인생을 보냈는데 남은 삶도 그렇게 보내야 하는 건가? 하는 생각이 내게 던져진 질문이었습니다.

 

 

이젠 체력이 나의 미래를 기다려 주지 않는다는 것을 생각하니 옛날 노랫가락인 “노새노새 젊어서 놀아 늙어지면 못노나니…….”라는 노래가 맞는 말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아직도 우리부부의 건강이 허락되고 다리가 멀쩡해서 이렇게 민족의 영산이라는 지리산종주를 몇 번씩이나 할 수 있으니 참 고맙다고 생각했습니다.

 

 

두발이 멀쩡할 때 가고 싶은데 가고 .위장이 튼튼할 때  먹고 싶은 것 먹고 .사랑하는 사람이 있을 때 사랑한다고 소리치고 배려하고 싶을 때 배려하고. 여유가 있을 때 나누어주며 사는 게 제대로 된 인생인데 과연 난 무었인가 하며 많은 생각들을 하게 되는 산행이었습니다.

 

 

연하천대피소에서부터 장터목대피소 가는 길은 오르락내리락하며  산 능선을 따라 하루 종일 눈을 밟고 걸으니 너무 너무 좋았습니다. 눈은 많이 쌓였지만 바람도 잔잔하고 날씨가 너무 좋아서 겨울지리산이라고 잔뜩 겁을 먹은 우리가 머쓱했질 정도였습니다.

 

 

지금까지 살아온 인생살이가 쉽지만은 않았었고 때로는 너무 힘들어 삶을 포기하고 싶었던 날도 있었지만 그 과정을 견디고 살다보니 나이는 이제 60이고 손자들이 셋이나 되는 할아비 할미가 되었으니 참고 견딘 게 다행인 것 같다고 생각했습니다.

 

 

자연이 인간에게 힘든 환경을 주어도 그것을 이기고 즐기는 산행을 하려고 작심하고 와서 그런지 몰라도 추우면 추운 데로 좋고 길이 험하면 험한 대로 좋았습니다.

 

 

오늘의 목적지인 장터목으로 가는 길에 들린 벽소령대피소는 사람의 그림자 조차 얼씬 거리지 않는 쓸쓸함이 가득했습니다.

 

 

선비샘에서 목을 축이고 물통에 물을 가득 채웠습니다.

 

 

선비샘의 물 맛도 정말 좋습니다. 5년전 가을 첫 종주 산행 때는 저 아래에서 비박을 하며 밤하늘의 별을 헤이기도 했습니다.

 

 

겨울이라 그런지 등산객이 없어 우리 부부가 같이 사진을 못찍다가 마주오는 등산객을 만나서 처음으로 같이 사진을 찍었습니다.

 

 

앞뒤 좌우 어디를 봐도 산그리메가 아름다운 지리산은 이렇게 올라본 사람만이 느낄수 있는 것 같습니다.

 

아내가 지친 다리를 쉬게 하고 있습니다. 이제 장터목 대피소가 목전에 있습니다.

길이 험하고 눈이 많이 와서 산행길이 더디긴 하지만 자연을 만끽하며 느긋하게 시간에 쫒기지 않으면서 산행을 하다 보니 어둠침침한 5시 가까이 되서야 장터목대피소에 도착하게 되었습니다. 장터목대피소는 여자용은 새로 수리를 했는데 남자용은 아직 예전의 낡은 시설이고 오늘은 수용인원 160명의 대피소에 예약자가 40여명뿐이라고 했습니다.

 

 

서둘러 저녁식사를 해 먹고 잔반을 버리러 나오니 지리산의 태양이 이렇게 아름답게 산과 산을 넘어가고 있었습니다.

 

 

 

고단한 몸을 뉘려고 일찍 취침하였는데 숙소가 너무 썰렁하여 잠이 오질 안았습니다. 담요를2장 깔았는데도 밑에서 냉기가 올라오고 사람들이 들랑거려서 잠을 이루지 못하고 뒤척이다 늦게 잠이 들었습니다.

 

2일차 이야기는 여기서 또 끝…….다음 3일차를 기대 하시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