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공 속으로

그 날

시인 유영호 2011. 11. 25. 16:34

그 날

 

               流星/유영호

 

    찻잔은 타임머신이 된다 우린 열차를 탔고 통기타와 몇 병의 술이 동행했다

이른 새벽, 기차는 밤새 마신 술처럼 우릴 쏟아냈다 하늘은 어두웠고 눈발은

바다 속으로 사정없이 빨려들었다 잠시 환호성을 질렀지만 죽자사자 달려드는

오한에 기겁을 했고 시커먼 하늘까지 삼키는 바다가 몹시 두려웠다

 

   모락모락 연통은 김을 뱉어내고 있었다 작은 찻집, 연탄난로에 라면을 끓이던

주인여자의 인사가 떨리는 몸을 감싸주었다 함께 라면을 먹었고 커피도 마셨다

몸과 마음이 녹자 노래가 귀에 들어왔다 "너무 진하지 않은 향기를 담고……."

아직 온기가 남은 찻잔 속에서 그 겨울이 미소 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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