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찍지 마라 사진 찍지 마라 流星/유영호 고급카메라 메고 작품이라는 가면을 쓰면 남루한 모습이 신기한 피사체로 보이드냐 눈총을 맞아서 자존심이 숭숭 뚫려도 한 끼가 절실한 나는 폐지더미를 뒤져야 한다 냄새 풍긴다고 코 막지 마라 한때는 나도 향기로운 적 있었다 세상 탓 안하고 네게 손 벌린 적 없다 날 .. 허공 속으로 2010.05.25
미안하다 친구야 (5.18 때 죽은 친구에게) 미안하다 친구야 流星/유영호 네 몸통에 박혔던 총알은 이미 썩어 흔적조차 없이 바람에 날아가고 고통의 세월 속에 떠도는 혼백은 머리에 서리 내린 중년이 됐을 텐데 쭉정이 어머니의 가슴에 매달린 채 오월의 망월동을 떠도는 내 친구야 살아 있어 부끄러운 그날이 왔구나 그때 내가 너처럼 거기에.. 허공 속으로 2010.05.17
내 손가락이 내 눈을 찔렀다 내 손가락이 내 눈을 찔렀다 流星/유영호 우리 집 벽에 껌처럼 붙은 시계가 있다 예전 것과는 다르다는 큰소리에 잔뜩 기대했었다 국산이라고 했지만 사실은 made in japan 이었다 냉탕과 온탕을 수없이 들락거려도 끄떡없고 흔들어보고 두드려도 보았지만 아무렇지 않은 듯 불도저처럼 밀고 가기만 했다 .. 허공 속으로 2010.04.29
세상, 고장나다 세상, 고장나다 流星/유영호 세상일 다 하는 초침이 고함친다 난 전문가 "follow me" 충성스런 분침 시키지 않아도 알아서 가고 해바라기 같은 시침 혹여 뒤처져 목 떨어질까 종종 걸음에 사타구니 불난다 저만 따르면 이까짓 위기 금방 극복하고 모두가 잘 살 거란다 애써 감아 놓은 태엽을 거꾸로 푸는 .. 허공 속으로 2010.04.14
누가 돈 것이냐 누가 돈 것이냐 流星/유영호 봄꽃이 지천인데 폭설이 웬 말이냐 강원도 어느 고갠 통행 길도 막혔다지 꽃이 돈 것이냐 눈이 돈 것이냐 봄 왔다고 소풍을 나온 내가 돈 것이냐 땅 풀렸다 얼굴 내민 황당한 봄 앞에 미련남아 아직 못간 겨울은 난감하다 날 풀려 꽃피운 게 어찌 네 탓이냐 때 모르고 미적.. 허공 속으로 2010.03.30
개가 웃을 일 개가 웃을 일 流星/유영호 다시 선거 철 입니다 한두 개도 아닌 여덟 개나 비굴한 파리 손바닥 질로 개 거품을 물던 지난 공약조차 이 핑계 저 핑계로 굴리다가 쓰레기통에 처박아 버렸습니다 그런데 또 눈물을 닦아준다며 때 묻은 휴지까지 내 놓으라합니다 아이들이 먹는 밥그릇조차 정쟁의 도구로 .. 허공 속으로 2010.03.08
실업자 사백만 시대 ·2 실업자 사백만 시대 ·2 流星/유영호 번쩍이는 별을 단 장군 되어 모교정문에 현수막 걸었던 친구도 국내 굴지의 대그룹 이사라며 이놈저놈 불러 술 사주던 친구도 오십 조금 넘긴 목이 떨어져 버렸다 겨우 한 치 앞선 것 가지고 핏발 세우고 목에 힘주더니 갈 곳을 잃어 제자리를 맴돈다 안팎으로 찔러.. 허공 속으로 2010.03.05
양심이 내게 양심이 내게 流星/유영호 한 번도 눈인사 나눈 적 없고 밥 한 그릇 같이 먹은 적 없는 죽음 앞에 부끄러운 가슴은 왜 이리 미어지냐고 뜨거운 슬픔 채 마르지도 않았는데 살기 힘들다는 이유로 외면하거나 잊어버린 건 아니냐고 이런 저런 핑계도 대보고 나하곤 상관없는 일이라며 아무리 고개 돌려도 .. 허공 속으로 2010.02.03
세상은 불통 중 세상은 불통 중 流星/유영호 시간조차 얼어버려 구름 한 점 얼씬거리지 못하고 지나던 바람조차 사르디딘다 뜨겁던 물살의 속살거림은 서슬 퍼런 세상이 난도질했고 바스락거리던 언어조차 상형문자처럼 미라가 되어 얼음 속에 웅크리고 있다 인정사정없이 몰아치는 추위 꽁꽁 얼어붙은 구멍들 숨이.. 허공 속으로 2010.01.12
요즘 세상보기 ·2 요즘 세상보기 ·2 流星/유영호 아침에 눈 뜨자마자 숨 고를 여유도 없이 들리는 소리 철거민의죽음미성년성매매변사체성적비관자살아파트화재신종풀루실업율노조파업……. 늘 되풀이 되는 사회의 한 단면이라지만 일어나지 말아야 될 것들 거북스러운 귀가 채널을 돌린다 6자회담4대강사업세종시.. 허공 속으로 2009.12.20